열혈검사, 다시 돌아본 견자단 액션, 가치 있는 시도와 정체성에 대해..
김경민 기자
sib8ki2@naver.com | 2025-04-23 12:15:42
-리틀 견자단? 고유캐릭터의 개성과 위계..
-여전히 유효한 이름 견자단
[슈퍼액션 = 김경민 기자] 2025년, 중국 액션 영화계의 대표적인 액션배우의 대명사 견자단이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열혈검사:The Prosecutor'가 개봉해 많은 팬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영화 개봉이후, 실제 네이버 관람객 평점과 네티즌 평점 모두 8점이상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호평이 나오고 있다. 그 만큼 영화는 재미있다.
하지만, 견자단의 팬으로써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를 많이 가졌던 한 사람으로써, 마주한 이번 영화는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그래도 그 안에는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와, 더 나아질 수 있었던 지점들이 있었다.
견자단은 여전히 중국 액션 영화계의 대표적인 얼굴이다. 성룡, 이연걸, 원표, 홍금보 등 많은 전설적인 배우들이 활동을 줄여가고 있는 가운데, 그는 60세가 넘는 나이에도 무술과 연기를 병행하며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견자단 그는 단순한 액션 스타가 아니다.
그는 매 작품마다 무술의 기술성과 영화적 표현 사이의 균형을 고민해온 배우로써, '엽문' 시리즈의 철학, '살파랑'의 절제된 감정, '특수신분'의 날것 같은 거리감은 그가 단지 싸우는 배우가 아니라, 자신만의 액션 언어를 갖춘 창작자라는 걸 증명해왔다.
그가 이번엔 법정스릴러 액션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견자단의 새로운 액션시도, 그리고 낯선 조합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법정 스릴러로 견자단이 연기하는 전직 경찰 출신 검사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며 싸워 나간다는 설정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액션 스타로 현대극에서 대부분 형사, 범죄자 등의 거친 역활을 소화하던 그가 ‘검사’라는 직업으로 힘보다는 머리로 승부하는 캐릭터로 다가 온 것은 처음이다.
실화를 통해 법과 정의를 다루려 한 점은 도전적이었고, 1인칭 게임 시점의 카메라 연출을 활용한 액션 연출 또 한, 기존 견자단의 영화에서는 보여준 적 없는 다른 스타일적 실험이 었다.
'하드코어 헨리', 'PMC: 더 벙커', '둠', '악녀'등, 1인칭 액션을 선보였던 영화들과는 다르게 견자단식 액션이 더해저 신선함과 리얼함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이 연출은 오히려 견자단 특유의 리듬감 있는 액션과 타격감을 약화시키며, 몰입을 도와주기보다는 거리를 두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법정극과 액션극을 동시에 품으려 한 시도는 의미 있었지만, 두 장르 모두 완전히 구현되지 못했고, 액션 역시 견자단다움보다는 양적인 과잉과 액션리듬의 해체로 아쉬움을 남겨 주었다.
"두 명의 견자단?, 리틀 견자단의 등장인가?"영화의 또 다른 아쉬운 점으로, 두 명의 견자단을 보는 듯한 액션 연출을 보여준 점이다. 이러한 액션 연출로 견자단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캐릭터의 개성과 위계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가져왔다
영화에서 견자단과 함께 등장하는 장천부가 맡은 형사 캐릭터는 그라운드기술을 선보이며, 견자단과 비슷한 무술 스타일과 동선을 보여주었다.
견자단보다는 스피드, 타격감등이 모두 약하게 표현되지만, 같은 그라운드 기술, 비슷한 타격감과 리듬, 유사한 액션 구성등이 마치 “견자단이 두 명 있는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그는 꼭 만큼 리틀 견자단 처럼 싸운다.
경찰특공대 출신이라는 배경말고는 별다른 무술 배경 설명도 없기에, “이 영화 속의 형사들은 다 견자단처럼 싸우는 세계인가?”, “그렇다면 견자단은 뭐가 특별한가?” 라는 의문이 생기게 만들었고, 그 결과 견자단의 존재감과 액션 스타일의 독창성이 점점 평준화되게 만들었다.
견자단은 복싱, 킥복싱, 경찰 격투술 등 현대 실전 무술의 영화화에 탁월한 배우다.
그는 수많은 기술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타이밍을 맞추는지에 더 집중하는 배우로써, 이연걸이 가지고 있는 북권 스타일의 화려함, 성룡이 보여준 남권의 실전성과 유머와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 잡았다.
기존 배우들과 다른 스피드 한 리듬감과 묵직함, 정교한 격투의 리듬이 견자단 고유의 존재감처럼 여겨졌으나, 그 리듬과 타격감 희석은 안타까운 결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고, 팬의 한사람으로써 아쉬움도 컸다.
메인 악당과 괴물에서 인간으로 위협감이 사라진 악당지하철 공간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점도 아쉬움을 남겼으며, 메인 악당의 카리스마 부족과 조연으로써의 구조적 약점이 드러나면서 긴장감도 줄어들었다.
영화의 메인 액션신으로 뽑을수 있는 것은, 예고편에서도 보여준 지하철 액션신이다. 하지만 다이나믹하면서도 스피드 넘치는 지하철 액션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지하철이 환경이 아닌 그냥 무대가 되어버렸다는 아쉬움을 남게 만들었다.
지하철은 액션 영화에서 가장 활용하기 좋은 공간 중 하나로, 좁고, 흔들리고, 도망칠 곳이 없다는 스퀀스가 붙지만, 영화 속 지하철 시퀀스는 그런 환경적 요소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을 주었다.
배우들은 마치 세트 위에서 싸우는 듯 중심을 단단히 잡았으며, 열차의 흔들림이나 공간 제약이 기자고 있는 긴장감보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스피드한 동작만 보여지는 듯 했다.
이로 인해 관객은 “지하철에서 싸운다”는 설정이 그저 배경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메인 악당과 괴물에서 인간으로 - 위협감이 사라진 악당처음 괴물형 악당의 등장은 인상적이었다. 말없이 등장해 압도적인 폭력성을 보이며, 높은 곳에서 차량 위로 떨어져도 곧바로 일어나는 모습은 인간 이상의 존재로 보이게 했다. 그 만큼 견자단과의 대결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후반 지하철 액션신에 등장한 괴물형 악당은 금속 클립을 손에 끼고 싸우고, 과거 견자단 때문에 자신이 감옥에 갔던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이미 패배한 인물처럼 묘사된다. 더 이상 괴물이 아닌 존재가 된다.
이러한 불필요한 설정으로 괴물형 악당의 위협감이 단계적으로 희석되었으며, 최종 대결의 긴장감마저 떨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왔다.
특히 초반 중심에 있던 여자 변호사는서사가 전개될수록 비중이 줄고, 특별한 반전 없이 사라진다.
함께 등장한 남성 악역도 조직의 카리스마 있는 중심이 되기보다, 끝까지 인상 깊은 존재로 남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만약 그가 상부 조직을 배신하고 최종 보스로 부상했다면, 견자단과의 구도가 더욱 팽팽하고 입체적이었을 것같다. 라는 생각을 남기게 만들었다.
"여전히 유효한 이름 견자단"'열혈검사:The Prosecutor'는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재미있는 영화다.' 그리고 그 안에는 견자단이 여전히 도전하고 있다는 증거, 변화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열혈검사:The Prosecutor'의 중국어 원제는 '오판(誤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엄격한 사법 절차 속에서 벌어진 치명적인 ‘오판’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견자단이 연기하는 검사는 일반적으로 피고인을 기소하는 검찰의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피고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싸우는 검사 역할을 맡는다.
이 설정은 홍콩의 실제 사법 시스템을 반영한 것이다. 홍콩 법무부 산하의 ‘기소청(刑事檢控科)’은 한국의 검찰과는 약간 다른 구조를 지닌다.
견자단은 이 기소청 소속의 검사로, 오판으로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의 진실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영화의 모티브는 2016년 실제 홍콩에서 있었던 오심 사건이다. 한 청년이 친구의 소포를 대신 받아주었다가 마약범으로 몰려 무려 27년형을 선고받은 것. 하지만 2021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홍콩의 명제작자 황백명이 제작을 맡았고, '엽문' 시리즈로 함께 호흡을 맞춘 견자단이 시나리오를 받고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아 영화로 완성시켰다.
이번 영화는 견자단의 기술과 액션으로 기억되기보다는 '견자단의 정의를 볼수 있는 영화다.' 그렇기에 더욱 재미있었고, 우리는 다음 작품에서 다시, 그 견자단을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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