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오: 부전자전>, 영화 <고혹자>의 낭만을 지나, 침묵에 도달하다
김주하 기자
jokgunews@naver.com | 2025-05-23 14:01:54
-발차기보다 눈빛, 누아르보다 의리 -<가타오>가 바꾼 공식
[슈퍼액션 = 김주하 기자] 2025년 5월, 대만 누아르의 대표 시리즈 <가타오(GATAO)>의 네 번째 작품 <가타오: 부전자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가타오(GATAO)>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소한 제목의 영화로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만에서는 홍콩 영화 <고혹자> 시리즈처럼 높은 인지도와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고혹자의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시리즈
<가타오(GATAO)> 시리즈를 처음 접하게 되면 자연스레, 홍콩 누아르의 전설인 <고혹자> 시리즈를 떠올리게 된다. <가타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혹자의 낭만을 떠오르게 만든다.
피와 우정, 형제애와 배신, 그리고 그 감정의 무게까지. 그러나 곧 알게 된다. 이 시리즈는 <고혹자> 시리즈와 닮아 있으면서도 ‘낭만’을 추구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젊음의 폭발적인 에너지보다 침묵을, 감정의 분출보다 침전시키는 방식이 대만식 느와르 <가타오>가 ‘의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은 화려한 액션이나 파격적인 전개로 관객을 압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편을 보고 나면, <가타오>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감정의 잔상과 세대 간 의리의 구조
<가타오: 부전자전>은 단순한 범죄 서사가 아니라, "가족과 운명"이라는 고전적 테마를 범죄 영화 장르에 투영하고 있다.
영화의 소재는 조폭, 마약, 살인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지만, 중점은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의리와 배신, 변화와 반복의 굴레 속에서 겪는 인물들의 서사가 담겨 있다.
<가타오4: 부전자전>의 표면적 주인공은 야망 가득한 청년 '마이클'이다. 하지만 영화의 정서는 철저히 중년의 감성이 담겨 있다.
아버지 세대의 가치, 조직 내 세대 갈등, 그리고 의리의 계승, 이 모든 중심은 청년이 아니라, 아버지와 형님들에게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잘못 보면, 이 영화는 재미없는 아재들의 어설픈 영화처럼 비춰진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아재들은 멋이 없고 어설픈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점이 더욱 영화를 사실감 있게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현실처럼 다가오게 만드는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영화에 잘 녹여냈다.
자극보다 관계, 마약보다 감정
영화의 처음 시작은 조폭들의 싸움과 마약 등으로 화려해 보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물들 사이의 감정선, 의리와 우정, 배신, 연민 등의 감정의 서사를 전면에 배치한다.
만약 마약을 부각시켰다면 영화는 더 자극적일 수 있었지만, <가타오>는 정반대로 간다. 이 영화의 진짜 주제인 '관계'와 '의리'에 대한 서사가 진행되면서 영화는 진득하면서도 '느린 중독성'을 만들어 낸다.
정서적 액션의 미학
발차기보다 눈빛 한 줄기로 이야기하는 액션 영화이다. 영화는 액션 영화지만, 액션이 많지 않다. 또 싸움도 길지 않다. 그러나 캐릭터의 눈빛, 침묵, 술잔을 기울이는 각도가 하나의 '정서적 액션'이 된다.
이러한 표현은 몸의 충돌이 아니라, 감정의 충돌이다. 감정이 밀도로 쌓일 때, 액션은 더욱 강하게 파열된다. 의리를 위해서, 친구를 위해서, 혹은 아버지의 유산을 위해서. 액션은 감정을 터뜨리는 마침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타오>의 한 방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감정의 압력이다. 이러한 절제의 묘미가 바로 <가타오> 시리즈가 전해주는 매력이다.
고혹자 vs 가타오, 시대와 감정의 진화
<가타오>의 독특한 방식은 의리를 세대별로 층위화한다는 것이다. 노세대는 명분으로, 중년은 책임으로, 청년은 청년대로 자신들만의 감정으로 의리를 표현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의리가 교차하며, 시리즈 전체의 감정 구조가 만들어진다. 액션이 아니라 의리가 중심이다.
형님들의 의리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바로 <고혹자>이다. 1980년대 홍콩 누아르의 정점을 찍었던 <고혹자> 시리즈는 정이건, 진소춘, 임달화 등 많은 청춘 스타들의 대표작이었다.
총알이 쏟아지는 속에서도 의리를 지키고, 피를 흘리면서도 형제를 끌어안는 서사와 낭만을 전달하는 폭발하는 감정의 영화였다.
하지만 <가타오>는 비슷하면서도 <고혹자>가 전달하는 방식의 그런 감정을 말하지 않고, 보여주지도 않는다. 대신 참는다. 견딘다. 지켜본다.라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혹자>는 “의리를 위해 죽는다”라면, <가타오>는 “의리를 위해 살아남는다”에 가깝다. <고혹자>에서는 배신이 비극을 낳지만, <가타오>에서는 배신이 고요한 침묵을 낳는다.
이러한 감성은 영화의 엔딩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두 영화 모두 의리를 이야기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문화가 바뀌면서, 세대와 시대의 감정 소비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관계의 연대기, 잔상의 미학
<가타오>는 조직 누아르의 탈을 쓰고 있지만, 젊은 세대보다는 40대 아재들의 감성을 담고 있다.
영화의 본질은 시대와 관계의 연대기로, 폭력보다는 감정, 자극보다는 잔상, 액션보다는 의리를 전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가타오> 시리즈가 만들어낸 '대만 누아르의 새로운 유산'이다.
인물은 늙어가고, 감정은 침잠하고, 이야기는 멈춘 듯 흘러가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다움은 오히려 진하게 남는다. <가타오>는 바로 그 감정의 무게로 우리를 붙든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게 만든다.
<가타오> 시리즈는 조직폭력배 세계를 배경으로 한 대만의 대표적인 누아르 프랜차이즈 범죄 영화다. '가타오'는 대만어로 조직의 우두머리를 뜻하며, 시리즈는 대만 사회의 이면과 조직 내 권력 투쟁, 의리와 배신, 인간관계의 비극을 그린다.
<가타오> 시리즈는 단순한 후속작이 아닌, 인물 중심의 연대기로 각각의 편은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시작되지만, 전작의 인물이 다시 등장하거나 다른 위치로 이동하면서 큰 서사를 이루고 있다.
<가타오> 시리즈
Gatao (2015) -시리즈의 시작, 조직의 세계와 인물 간 갈등, 의리와 배신을 다룸
Gatao 2: Rise of the King(2018)-북항파(北港派) 렌을 중심으로 조직 내 권력 다툼을 그린 속편
Gatao: The Last Story (외전, 浪流連)(2021)-본편의 스핀오프이자 프리퀄, 북항파의 행동대원 칭과 사진작가 시에의 비극적 서사, 조직 간 전쟁을 다룸
Gatao: Like Father Like Son (부전자전)-부자 간 세대교체와 조직 내 갈등, 복수와 음모를 중심으로 한 네 번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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