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은 날카로웠지만, 감정은 피멍이 되지 못했다.
<데몬 시티: 악귀 죽이기>는 <킬빌>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일본 특유의 '피와 칼의 미학'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데몬 시티: 악귀 죽이기>는 <킬빌>이나 <자토이치>의 잔혹미학과 리듬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액션 하나만 봐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킬러’의 모습을 보여준다.

액션으로 승부하겠다는 듯, 화려한 액션 시퀀스와 잔혹한 전투 장면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첫 전투를 보게 되면, “그저 스타일 있는 복수극이겠지. 누군가를 죽이고, 누군가는 살아남고,
마지막엔 불꽃 하나 피우는 그런 이야기겠지...”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평범한 아빠의 붕괴, 그리고 충격.."
그런데 갑자기 잔혹한 ‘킬러’였던 주인공이 살인을 마친 후, 가정으로 돌아와, 가정적인 남편이자 평범한 아빠가 되어버리는 모습이 연출되어 영화가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냥 액션 영화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예측불가한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과 더욱 흥미진진한 전개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신이, ‘평범한 아빠를 부숴버리는’ 이 영화의 핵심이자, 모든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가지게 만든 장면이 시작된다.
‘반전’에 ‘반전’, 거기에 너무 잔혹해서 무섭고 절망스러운 느낌을 만들어버리는 이 영화의 핵심 장면이 연출된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공포"
갑자기 ‘악귀가면 쓴 자들’이 집에 숨어 들어와 아내와 아이를 인질로 잡고 주인공을 위협한다.

대부분의 영화처럼 ‘그냥 주인공을 협박하겠지’라는 느낌이 들게 전개되는 듯하다가, 너무 사실적으로 아내와 아이를 살해해버린다. 단 한 번의 여유나 망설임 없이, 서슴없이 아내와 아이를 죽여버린다.

감정이 배어들게 만들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 장면은 내 심장을 움켜쥐었다.악당은 대사 없이 아이를 죽였다. 그게 더 공포스러웠다.” 놀랄 만한 전개가 이어지면서, ‘저 남자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장면은 흔한 연출 방식인, 긴장감을 조이고, 결정을 유예하고, 그러다 마지막에 죽이든 살리든 감정을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냥, 사실적인 표현으로 가족을 죽여버린다.
아내와 아이가 살해당하는 모습은 영화보다는 마치 실제 강도들에게 아내와 아이를 살해당하는 듯한 모습을 보는것처럼 리얼함이 살아 있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볼 수 있겠구나"
여기까지 정말 영화를 잘 만들었다.
관객들에게 ‘처절하고 흥미진진한 복수극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며, 계속 보게 만든다. ‘재미있는 영화를 볼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데몬 시티: 악귀 죽이기>는 가와베 마사미치의 만화 『오니고로시』를 원작으로 한 일본 액션 리벤지 스릴러로, 다나카 세이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이쿠타 토마가 주인공 사카타 슈헤이 역을 맡았다.

전직 킬러 사카타 슈헤이는 가족과 평범한 삶을 살던 중, 가면을 쓴 조직 '기멘구미'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자신도 중상을 입는다.
12년 후, 휠체어에 의지하는 몸이지만 복수를 위해 다시 무기를 들고 조직을 추적하면서 복수하는 일본판 <존 윅>이라 불리며 이목을 끄는 작품이다.
'칼끝은 날카로웠지만, 감정은 피멍이 되지 못했다.'
<데몬 시티: 악귀 죽이기>는 잔혹함과 미학이 공존하는 일본식 액션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리얼한 격투보다는 타격감 있고, 스타일리시하고, 피의 잔영이 남는 미장센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빠르고 날카로운 검격, 순간적으로 튀어나가 적의 급소를 베어버리는 스피한 액션 연출과 타격감, 특히 검술에는 베는 속도와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실적이진 않지만 칼에 베이는 순간 팔이 날아가고,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며,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 튀김’과 ‘절단’ 등 일본 액션영화의 정통을 볼 수 있는 ‘잔혹미학’(잔혹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액션 연출은 정병길 감독 <카터>(2022)의 단편영화 <칼날 위에 서다>(2004)의 액션 연출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데몬 시티>는 화려한 액션 시퀀스와 잔혹한 전투 장면에 중점을 두며, 복수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인공의 대사가 거의 없이, 액션으로 감정을 분출하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정병길 감독의 <칼날 위에 서다>도 액션으로 감정을 분출하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연출된다.
'반복되는 연출, 무너지는 몰입'
하지만 이러한 연출이 반복되면서, 초반 강렬함 이후 전개되는 드라마가 너무 빠르고, 점프식처럼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가 영화의 몰입감을 떨어지게 만든다.

주인공 사카타는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움직임도 제한적이라 관객이 감정적으로 정체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가족들이 모두 죽임을 당한 후, 식물 되었던 주인공 사카타가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는 모습도 너무 현실적이지 못하고, 말도 안 되는 듯한 설정들이 이어지게 되면서 점점 영화는 느슨해지게 된다.
대사 없이 ‘정서’로만 끌고 가는 미니멀 전개, 음악, 대사, 편집 등도 전반적으로 절제되어 있어서 몰입 포인트를 잡기가 어렵고, 특히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한 것도 아쉬움을 남게 만든다.

그냥 잔혹 복수극이 아닌, 영화에는 ‘부성애’, ‘복수의 복수’, ‘그리고 그림자 같은 동생', '죽은줄알았던 딸’, '반전의반전', ‘누가 진짜 악귀인가?’ 등 너무 많은 복잡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영화의 전개는 스피디하게 진행되지만, 굳이 필요 없어도 되는 복잡한 설정들이 들어 있어 오히려 집중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만든다.
액션은 정갈하지만, 마음을 움직이기엔 2% 부족했다.
평론가 및 관객 반응 역시 ‘액션 장면의 연출과 스타일리시한 전투 시퀀스에 대한 호평과 주인공 사카타의 무자비한 복수극과 피로 물든 연출이 인상적’이라는 반응과 ‘중반부의 전개가 지루하고, 캐릭터 개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주인공 사카타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 가면서 초인이 돼버린다. 적을 만나면 처음에 수세에 몰린 듯하지만, 이길 땐 너무 쉽게 이겨버린다.
주인공은 칼에 맞아도 고통을 이겨내면서 승리하지만, 악당들은 한두 방 맞으면 패배해 버린다. 처음엔 엄청 강해보이는 악당도 마찬가지로 패배할 때는 허무하게 이슬로 사라진다.
감정적 깊이는 얕을 수 있지만, 그림은 날카롭고, 칼날은 확실하다.

<킬빌>과 <자토이치>를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이 잔혹극도 나쁘지 않다.
<데몬 시티>는 <킬빌>을 연상시키는 피의 분수, 과장된 베기, 그리고 주인공의 감정을 움직임으로만 표현하는 방식은 타란티노식 잔혹 감성의 미니멀 버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자토이치>의 ‘무표정한 살의’처럼 적들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베어버리는 침착한 검술과 말이 없이 액션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주인공의 서사를 느낄 수 있다.
<킬빌>이나 <자토이치>의 잔혹미학과 리듬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액션 하나만 봐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분명 아팠다. 그래서일까, 그 공허함이 더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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